지난 1월 강북구 미아동에 공급된 '북서울자이 폴라리스'가 '줍줍(무순위 청약)'으로 돌아왔다. 집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당첨자들이 외면하면서 결국 미계약 물량이 발생한 것이다. 북서울자이 폴라리스가 고분양가 논란에 발목을 잡힌 사이 미아동에 '한화포레나 미아'가 더 비싼 가격으로 도전장을 내놨다.
실수요자들 사이엔 "강북에 이 돈 주긴 아깝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집값이 하락하고 거래가 끊기는 등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분양을 받아 시세차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무순위 청약이 오는 30일 진행된다. 이번에 청약 신청을 받는 가구는 총 18가구다. 전용면적별로는 △42㎡ 2가구(분양가 4억8800만~4억9800만원)△ 84㎡ 6가구( 9억4600만~10억400만원) △112㎡ 10가구(12억6500만~13억4300만원) 등이다.
지난 1월 1순위 청약에서 일반분양 295가구 모집에 1만157명이 신청해 평균 34.4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된 바 있다. 당시 당첨 가점은 평균 62.7점이었다. 작년 9월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이후 4개월 만에 서울에 공급되는 브랜드 아파트여서 주목을 받았다.
분위기는 이내 반전됐다. 최초 당첨자 뿐 아니라 예비당첨자들도 계약을 줄줄이 포기했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예비당첨자를 공급가구수의 5배인 점을 감안하면 북서울자이폴라리스 전용 84㎡(공급가구수 87가구)의 경우 예비당첨자인 435명도 모두 포기한 셈이다. 더군다나 서울에서 주택 청약에서 당첨자로 선정된 후 계약을 포기하면 10년 동안 재당첨이 제한된다. 이러한 제한에도 포기할 정도로 고분양가와 시장침체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북서울자이 폴라리스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게 된 원인으로 높은 분양가를 꼽는다.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미아래미안1차'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해 10월 기록한 8억8000만원이다. 해당 단지가 16년 차 구축인 점을 감안하면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의 시세 차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국민 평형인 전용 84㎡ 분양가가 중도금 대출 마지노선인 9억원을 넘었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합에서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준다고 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은 당첨자들에게 간과할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와중에 미아동에서는 더 비싼 아파트가 공급을 앞두고 있다. 분양가가 공개되면서 예비청약자 사이에선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다. 한화건설이 짓는 ‘한화포레나 미아’(497가구)가 장본인이다. 단지 전용 84㎡는 10억8921만원(최저가)에서 11억5003만2000원(최고가)이다. 전용 74㎡A 20층 이상부터 9억원이 넘기 시작해, 전용 80㎡A, 전용 84㎡A, 전용 84㎡B 등은 모두 9억원이 넘는다.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미아동에 있는 '래미안트리베라1단지' 전용 84㎡는 지난 1월 10억4700만원에 거래됐고, '래미안트리베라2단지' 전용 84㎡는 작년 11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한참 높다 보니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가면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자금을 실수요자가 직접 조달해야 청약이 가능하다. 발코니 확장비도 최고 3650만원으로 높은 수준이다.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확장비용이 최고 2140만원, 지난해 분양했던 강동구 강일동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는 확장비용이 최고 813만원 수준이었다.
내놓기만 하면 '완판'했던 작년과 달리 강북 분양 시장 인기는 사그라들고 있다. 평균 경쟁률 34.43대 1을 기록한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이후 같은 구 수유동에서 분양한 '수유 칸타빌'은 1순위 청약에서 22개 주택형 가운데 9개 타입이 모집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 단지 청약 당첨 가점은 최저 12점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성북구 안암동 '해링턴플레이스 안암' 경쟁률 192.50대 1, 앞서 9월에 분양한 강동구 강일동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평균 337.90대 1 등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낮아진 수준이다.
강북에서 미계약이 속출하는 동안 강남에서는 공급 부족과 재건축 기대감에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 158㎡는 지난 19일 51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36억원 신고가를 기록한 2019년 7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15억원 오른 것이다. 서초동 '현대' 전용 84㎡도 지난 11일 20억5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썼다. 직전 거래인 지난해 5월 16억8000만원에서 3억7000만원 뛰었다.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며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통계에서 서초구와 강남구는 전주 대비 0.1% 반등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강북구는 0.05%, 중구는 0.04%, 노원·은평·서대문구는 0.03% 하락했다. 상승 동력을 모색하며 하락 폭을 줄이는 강남과 달리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서울 매매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인기가 높아진 강남권 '똘똘한 한 채'에서는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며 "청약 시장에서도 확실하게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단지를 중심으로 예비청약자가 몰리는 등 양극화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http://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1&oid=015&aid=0004679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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