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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실조 치료식마저 형제와 나눠먹는다···800만명 굶주린 에티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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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마리 댓글 0건 조회 386회 작성일 22-12-1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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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179495?sid=104


우기가 끝나가던 9월 어느 날, 에티오피아 중부 오로미아주 작은 마을 사데. 아브라함 물리스(30)는 두 살배기 아들 프롬사를 업고 한 시간을 걸어 하카물리스 케벨레(한국의 동·리에 해당)에 있는 젤로 보건소로 갔다. 아이는 한 달 전부터 잘 먹지 못하더니 기침과 설사를 반복했다. 얼굴과 몸은 나날이 부풀어 올랐다. 이대로 뒀다가는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브라함은 최근에 출산한 아내를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프롬사의 상태를 살펴보던 보건소 의사는 급성 영양실조라고 진단했다. 프롬사처럼 영양실조로 보건소를 찾는 아이들은 3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젤로 보건소에서 만난 아비 모하메드 소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3년 전에는 급성 영양실조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한 주에 2명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하루에 2~3명꼴로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뭄 때문에 먹을 음식이 줄면서 급성 영양실조 아동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는 기후변화로 3년 넘게 가뭄이 계속되면서 주민 약 800만명 이상이 식량위기를 겪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끼니를 거르고 있고, 생계수단인 가축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소말리아, 케냐 등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나라들에서 식량위기는 특히 심각하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8월 기준 이 지역 3700만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직면해 있다. 고질적인 분쟁과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지면서 주민들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경향신문은 세계 식량의날(16일)을 앞두고 식량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대안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월드비전과 함께 에티오피아와 케냐를 찾았다.


프롬사는 조그마한 플라스틱 대야에 실려 저울에 올려졌다. 눈금은 8㎏을 가리켰다. 24개월 기준 아이의 정상 체중 3분의 2 정도다. 파리가 쉴 새 없이 프롬사에게 달라붙었지만 프롬사는 쫓아낼 기력도 없는지 입을 벌린 채 얕은 숨만 내쉬었다.


보건소에서는 급성 영양실조 진단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플럼피넛(땅콩과 영양분을 섞어 만든 고칼로리 급성 영양실조 치료식)을 처방해주고 집에 보낸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배를 곯고 있는 다른 형제들과 플럼피넛을 나눠 먹는 경우가 많아서 충분한 치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비 소장은 “이달에만 아동 27명, 지난 3개월간 87명이 급성 영양실조로 보건소를 찾았고 그 숫자는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3년 전부터 에티오피아 중부 저지대와 남부 지역에는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았다. 옥수수와 테프(에티오피아 북동부 지역 주식인 납작빵 인제라의 재료), 수수까지 말라 비틀어졌다. 국민 전체 고용의 80%,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농업에 의존하는 에티오피아에 오랜 가뭄은 치명적이다.


오로미아주 멜카벨로 와레다(한국의 읍·면에 해당)의 저지대 지역인 비프투 네가야 카벨레에서 만난 무함마드 아리프는 “3년 전에는 우기(6월 중순부터 9월까지)에 2~3일 간격으로 비가 왔는데 이번에는 2~3개월 내내 비가 안 왔다”면서 “칠십 평생에 처음 겪는 가뭄”이라고 말했다. 좀처럼 마르지 않던 마을 우물까지 바닥을 보였다. 보통 5~6월에 옥수수·수수 씨앗을 뿌려 9~11월에 추수하는데 지난 3년간 아무것도 수확하지 못했다.


비가 적당히 내려 농사가 잘될 때는 0.5㏊ 남짓한 땅에서 1년에 500~700㎏을 거둬들였고 아들, 며느리, 손자 6명을 포함해 12명 식구를 먹여 살리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소까지 팔아 먹을 것을 사야만 했고, 아이들은 더 이상 우유를 먹지 못하게 됐다. 정부에서 가구당 최대 45㎏까지 밀가루를 지원하지만 6개월치에 불과해 늘 양이 모자란다. 아이들은 보통 하루 한 끼, 많으면 두 끼를 먹는다. 무함마드의 아들은 식량 살 돈을 벌기 위해 일용직에 뛰어들었다.


무하마드 알리(67) 가족의 형편도 비슷했다. 3년 전에는 0.375㏊ 면적의 밭에서 옥수수와 수수를 400㎏ 수확했는데 올해는 아무것도 거둬들이지 못했다. 하루 한 끼 식사도 어려워졌고 그전에는 손대지 않았던 잡초 사라투까지 소금물에 끓여 먹고 있다. 결국 아이 둘이 영양실조에 걸렸다. 셋째인 두 살배기 아들 이마무딘은 작년에 영양실조 판정을 받고 보건소에서 플럼피넛을 처방받았다. 둘째인 딸 나자테는 치료를 마쳤다고 했지만 영양실조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이마와 발등을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정상 체중 아이들과 달리 살이 올라오는 데 한참 걸렸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고도 1300m로 비프투 네가야 카벨레보다 100m 낮은 하카물리스에서는 물이 부족해지면서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이곳에서 평생 농사를 짓고 있다는 타지르 아브라함(40)은 모래바람을 뚫고 소 한 마리를 끌고 왔다. 올해만 소 15마리가 죽고 한 마리만 남았다. 타지르는 “걸어서 3시간 걸리는 강까지 소를 끌고 가 물을 먹여야 하는데 소들이 힘이 없어 물을 마시다 빠져 죽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죽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는 밭을 가는 데 쓰이고 가족들이 먹을 우유를 제공하며 시장에 내다 팔 수도 있는 주요 자산이다. 타지르는 다섯 살, 세 살, 두 살 아이 모두 영양실조에 걸렸고 학교에도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말 이스마엘(49)은 6개월 전 농사짓는 데 쓰던 소 6마리를 잃고 이제는 염소 2마리만 남았다. 자말은 전체 경작지 3㏊ 중 2㏊는 너무 황폐해져 옥수수와 수수를 심을 수 없었고, 나머지 1㏊에서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땅콩 재배를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오랜 가뭄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예전처럼 농작물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없게 되고, 가족들이 먹을 식량마저 부족해졌다. 자말은 아이들에게 “올해 수확이 좋지 않아 학교에 보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던 때를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그는 “아이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수긍했다”며 “상황이 나아지면 아이들을 꼭 다시 학교에 보내고 싶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극심한 가뭄에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압델라 무크타르(45) 가족은 3년 전 멜카벨로 와레다의 디레쿠파 마을을 떠나 이곳 자자타운에 정착했다. 압델라는 “디레쿠파에서 여러 번 농사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면서 “이곳은 다른 작은 마을보다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다른 곳을 거치지 않고 바로 왔다”고 말했다.

압델라는 다른 사람의 농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일거리가 없는 날에는 화장실을 파거나 목수들을 돕는 일을 한다. 이렇게 해서 많이 벌 때는 하루 100비르(약 2700원) 정도를 번다. 아내 누리야 알리이(35)는 장작을 시장에서 팔아 40~60비르 정도를 번다.

정착 초기 가족들이 먹을 음식도 부족한 상황에서 첫째 엘리아스(18)는 한 해 학교를 쉬어야만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넷째 인티사르(8)는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교재와 옷, 신발이 또래 친구들에 비해 적다. 누리야는 “아이가 학교에 갔다 오면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나는 왜 이런 것들이 없냐’며 투정을 부린다”면서 “이런 것 때문에 가끔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에는 아직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실향민(IDP)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없다. 압델라 부부가 버는 돈은 아이 8명을 제대로 먹이고 학교에 보내는 데 늘 부족하다. 300비르에 불과한 월세는 8개월째 밀렸다. 엘리아스는 대학을 졸업해서 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장기화되고 정부 지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그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 가중


에티오피아 지역 식량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다. 여기에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에 따른 식료품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더해지면서 식량위기는 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6일(현지시간) 오로미아주 멜카벨로 와레다(한국의 읍·면에 해당)의 자자타운에서 만난 알리야 세이도(50·사진)는 올해 들어 식료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파스타와 쌀을 주로 먹는다. 1㎏에 30~40비르(약 810~1080원)였던 쌀 가격은 올해 70비르까지 올랐다.

알리야는 하루 평균 30~50비르를 버는데 200비르 정도는 있어야 같이 사는 자녀 3명과 남편을 포함해 식구 5명이 먹고살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식량도 부족해 매트리스, 이불 등 기본적인 생활용품은 들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무슬림인 그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신이 화가 나서 인간들에게 벌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 하산 무메(60)는 목수였지만 다리가 부러진 뒤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다. 생계를 위해 상자 만드는 작업 등 다리를 쓰지 않는 다른 일을 알아봤지만 자본금이 부족해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세계 식량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증가 추세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21년까지 식량가격지수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인 27.6포인트 올랐다. 월드비전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올해 식량가격은 2021년 대비 14%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물류 및 수출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 세계 곡물 및 식량 가격은 물론 농사에 필요한 씨앗, 비료, 살충제 가격도 급등했다. 실제로 멜카베로 와레다에서 만난 농부들은 비료 가격은 3년 전보다 5배, 살충제 가격은 1.6배 올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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