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김명남 역, 바다출판사, 2020.

"나는 보통 사람이 되는 수업을 듣고 싶다. (...) (이것은) 겸손한 영혼을 갈망하는 마음, 당신의 기대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줄 현실적 세계관을 갈망하는 마음이다. 쉬고 싶은 마음, 당신이 아닌 존재가 되려고 발버둥 치기를 그만두고 그냥 당신으로 존재하고 싶은 마음이다."

굴곡 없는 '보통' 또는 '평균'의 상태에 도달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보통 사람 되기' 수업이 있다면, 누구라도 주저않고 듣고 싶을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저자 캐럴라인 냅은 이미 보통 사람인 것만 같습니다. 제목이 보여주듯이, 독신에 대해 누가 뭐라해도 '행복하게 혼자'살았으며 이를 명랑하게 은둔했다고 표현할만큼 초연해 보여서요.

'그냥 나'로 존재하기는 타인의 수업을 듣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이야기는 각별합니다. 솔직하지만 덤덤한, 아름답지만 감상적이지 않은 문체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내 이야기가 되어있기도 합니다. 훗날 '그냥 나'로 존재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 고립되어 있다는 확신에서 벗어나 망설임없이 '명랑한 은둔자'로 자처할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